자금관련 증시루머 정확성 높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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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증시에 나돈 특정기업의 부도설.자금난이 잇따라 사실로 드러나면서 증시루머의 신빙성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올 들어 부도내거나 자산매각에 나선 기업은 한보.삼미.진로등 30대 기업그룹에 드는 굵직굵직한 그룹들.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부도나거나 대량자산 매각을 실시하기 직전 모두 증시루머에 올랐다는 점이다.

'자금난 악화로 1차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루머가 11일 증시에 나돈 대농그룹도 이날 관련주가가 모두 하한가로 내려앉았고,부도방지를 위해 12일 주요자산 매각계획이 발표됐다.올해의 부도 도미노를 촉발했던 한보의 경우 지난해말부터 협조융자가 집중 지원되면서 증시에는 일찌감치 부도임박설이 횡행했다.한보의 부도가 현실로 나타났으나 당국에서는 이같은 증시루머가 기업부도를 재촉하는 악성루머라고 규정해 엄격한 단속을 폈다.

그럼에도 2월에는 삼미의 부도설이 끊임없이 유포됐고 한달 뒤 삼미는 쓰러지고 말았다.당시 S증권사는 삼미가 1차부도를 내자 일일정보지에'삼미가 부도난다 할지라도…'라는 분석을 했다가 감독당국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지난달 자금난의 실상이 드러난 진로의 경우도 마찬가지.진로의 자금악화설은 이미 지난해부터 증시에 나돌아 증권사들의 요주의대상 리스트에 오르내렸다.

이처럼 올 들어 증권가의 대형루머가 1백% 정확도를 기록하며 부실기업 자금사정의 척도로 자리잡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증권사 정보팀장들은 루머의 정확성이 높아지는 요인으로 ▶지난해 기업평가가 우수했던 우성이 부도낸 뒤 신용평가기관의 기준이 강화돼 기업의 자금사정 파악이 쉬워졌고▶한보부도로 금융기관의 피해가 커지면서 매출상황.자금흐름등의 객관적 경영지표 분석에 힘을 쏟아 온 것을 꼽고 있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루머가 줄기는 했지만 사실무근인 경우도 적지 않아 투자자들의 분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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