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시장의 我田引水 공적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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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전국 도시 가운데 1등을 차지한 도시,95년7월 이후 3천5백건의 각종 생활민원이 말끔히 해결된 도시는 어디일까. 김현수(金顯秀)청주시장에게는 정답이 충북 청주시다.

金시장은 이같은 말을 지난 3월24일부터 민방위교육장 강사로 나와 매일같이 쏟아낸다.

민방위에 대한 내용은 5분에 불과하고 나머지 55분은 자신의 강력한 추진력과 청렴성 자랑,공약실천 현황설명으로 채워진다.마지막엔 참석대원들의 박수유도도 잊지 않는다.

강연이라기보다는 선거유세에 가깝다.이러한 金시장의 강연에 대해 충북도가 자제를 요청한 일도 있으며 도선관위도 조사한 바 있다.

金시장의 민방위 강연을 들은 청주대 S교수(사회과학대)는“선거를 의식한 강연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강연내용이 상당부분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객관적이 아닌 상당부분을 과장 또는 왜곡해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인상이다.

예컨대 능률협회가 지난 3월 실시한 도시평가에서 청주시는 경영자원및 기반,내부경영,경영성과등 3개분야에서 각각 38위,4위,26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그러나 金시장은 청주시가 종합4위를 차지한 것처럼 자랑하고 1,2,3위에 뽑힌 시가 신생도시라는 점을 들어 청주시가 사실상 1위라고 주장한다.

또 대청댐 취수탑 이전등 2단계 상수도사업도 자신이 12대 국회의원 시절 추진했던 것이 유야무야되다가 민선시장으로 당선된뒤 비로소 구체화됐다는 궤변도 서슴지 않는다.그가 12대 국회의원이던 87년은 1단계 상수도사업이 겨우 완공된 시점으로 2단계사업은 거론도 되지 않았다.또 고속터미널이전,청주시 광역쓰레기매립장등의 사업지연은 차기선거에서 경쟁자로 예상되는 전임시장의 실정이라는 식이다.

게다가 金시장은 일부 대목에서 육두문자를 섞어 말하는가 하면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지지를 부탁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민선시장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시장 자신의 치적자랑보다 여론에 귀기울이고 민생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주는 모습이 아닐까. 그러한 모습은 그 어떤 선거유세보다 힘있고 효과적인 유세일 것이다.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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