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꽃박람회에 자생식물원 조성한 이재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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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 산야에 숨은 듯 핀 신비롭고 순박한 자생식물의 아름다운 자태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고양세계꽃박람회 부제관중 환경관과 맞닿은 1백80평 공간에 조성된 자생식물원은 박람회장에서도 으뜸가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혼자 도맡아 조성한 이재석(李在錫.43.한국자생식물협회 부회장.사진)씨는 20여년간 우리나라 야산과 들판을 누비며 자생식물을 채취하고 재배와 조경에 힘쓴 숨은 인물이다.

자생식물은 일찍 심어놓으면 전시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대회 전 10일동안 모든 작업을 마쳐야 했다.

하루 3~4시간밖에 못자며 원당에 있는 자신의 화원과 박람회장을 분주히 오간 끝에 무사히 정원을 꾸미고 각종 전시물을 배치했다.

이중 가장 심혈을 쏟은 작업은 15 덤프트럭 15대 분량의 흙을 지하철공사장에서 가져다 인공섬 형상의 60평 규모 자생식물원 정원을 만든 일. '한국의 야산'이란 이름을 붙인 이곳에는 매발톱.금낭화.은방울꽃.둥굴레.붓꽃등 2백종의 자생식물 2만여점이 그윽한 향기를 내뿜으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李씨는 개화시기를 맞추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원당과 강원도 한계령등 춥고 따뜻한 두 지역으로 옮겨심기를 거듭하며 전시에 대비했다.

李씨는 또한 한국자생식물연구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끈끈이주걱.솜다리.설앵초등 희귀 자생식물 7백종,4백점을 화분에 심어 전시했다.

멸종위기에 놓인 자란등을 말려 액자에 넣거나 사진촬영한 1백10개 작품도 함께 전시중이다. 또한 호수공원 인공섬의 팔각정 주변 5백평에 매발톱.할미꽃등 36종,2만3백점으로'자생식물단지'를 만들어 예술적 공간을 연출해놓았다.

“무심코 지나치던 우리 산야의 이름모를 자생식물과 꽃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세계인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李씨는“앞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희귀 자생식물을 복원하는데 온힘을 기울일 각오”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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