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화이어 ' - 변혁기 亞 여인의 성적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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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0일 개봉되는 인도영화'화이어'의 등장인물들은 성을 억압하는 인습의 굴레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다.그렇다고 전통의 두터운 벽을 깰 만큼 혁명적이지 못한 이들은 나름대로 타협을 정당화하며 적응해간다.

병든 노모를 모시고 동생부부와 함께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아쇼크는 아내 라다의 불임으로 아기가 없어 동양사회에서 중요한 대잇기의 의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대를 잇는 목적 외에는 성을 부정하게 생각하는 종교적 관념 때문에 아쇼크는 라다와 잠자리를 같이 하면서도 억지로 성욕을 참아 결과적으로 라다에게 정신적 고문을 가한다.이 부부의 삶은 라다의 시동생 자틴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 새식구가 들어오면서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다.자틴은 현대적인 여성인 화교를 깊이 사랑하지만 그녀는 대가족 집안과는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그래서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는 듯 보이는 어린 신부 시타와 결혼한다.

그러나 시타는 침묵의 삶에 순종하길 거부하는 신세대.비록 순수히 결혼은 했지만 혼자 있는 방에서 디스코를 추기도 하고 남편에게 격렬히 반항하기도 한다.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거부당한 라다와 시타 두 동서는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고 가까워지게 되며 성적인 욕망을 나누는 사이로까지 발전한다.두 사람은 결국 케케묵은 전통의 껍질을 깨고 둘만의 새 세상을 위해 떠난다.

인도의 여성감독 디파 메흐타가 쓰고 감독한'화이어'는 봉건적인 가부장제가 강요하는 답답함으로부터의 탈출을 동성애에서 찾는 급진적인 전개로 인도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미국 개봉시에도 좋은 평을 얻었다.공동체와 전통을 중시하는 봉건적인 사회에서 개인주의와 성적인 욕망의 자유를 추구하는 근대화로의 과정에서 겪는 아시아인들의 성적 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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