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굿 한마당 - '점아 점아 콩점아' '오구.죽음의 형식' 나란히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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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민주화 열망으로 불타던 70,80년대 우리의 대학문화가 탄생시킨 가장 역동적인 예술양식중 하나가 바로 마당극(민족극)이다.

시대가 바뀐 90년대 초반.일단의'선구자'들이 이 마당극의 무대화를 시도했다.52년생 동갑내기인 극단 아리랑의 김명곤과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이 이 분야의 대표주자였다.90년 두 사람은 전래의 굿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일대 논란을 일으키는 화제작을 나란히 냈다.김명곤작.연출의'점아 점아 콩점아'와 이윤택작.연출의'오구-죽음의 형식'이 그것이다.

그러나 두 작품은“굿에 대한 예찬론을 민족극 형식에다 결부시키면서 신대처럼 깃발을 흔들어대는 젊은 세대의 자가당착”(연극평론가 이상일)이란 일부의 혹평을 받았다.이에 대해 이윤택은“굿이 지닌 민중극적 요소는 보지 않고 그냥 제의형식으로만 본데 따른 관념적 오류”라며“우리민족에게 있어서 굿은 바로 연극 그 자체였다”고 되받아쳤다.당시 이처럼 열띤'굿논쟁'의 시발점이 됐던 두 작품을 초여름무대에서 나란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새삼스럽다.오는 9월 세계마당극축제에 참가할'점아…'는 현재 소극장 아리랑에서 공연중이고'오구…'은 31일~6월30일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두 작품은 남도 씻김굿.황해도 철몰이굿.영남지방의 산오구굿등 전통굿을 기본으로 했지만 풀어내는 이야기는 약간 다르다.'점아…'가 혼례식의 재현이라면'오구…'은 망자(亡者)의례다.

'점아…'는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인 한국전쟁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다.두 사건을 대표하는 처녀총각이'분단귀(鬼)'의 방해공작을 뿌리치고 저승혼례를 이룬다는 내용. 반면'오구…'은 노모의 죽음을 전후한 한 일가의 반목과 화해과정을 해학적인 굿판과 세심한 장례절차등으로 그린 코미디다.죽음을 슬픔이 아닌 웃음의 미학으로 반전시키는 우리의 여느 상갓집 풍경같은 것이다.

그동안 매년 공연됐던 이 작품을 이윤택은 탤런트 강부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완성'을 꿈꾸고 있다.영화연출에 나선다는 최근의 '외도'소문을 잠시 묻어둔채 그는“이번 무대를 통해 가장 그럴듯한'이윤택연극'을 선보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정재왈 기자

<사진설명>

영남지방 산오구굿을 연극양식으로 세련되게 바꿔놓은 이윤택의'오구…'.탤런트 강부자가 주인공역인 노모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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