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추린 직접금융 집중취재 -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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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업공개.유상증자.회사채발행등 기업들이 자기 신용을 걸고 필요한 자금을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끌어 쓰는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기업자금 조달구조가 왜곡되고 있다.기업마다 은행대출에만 매달리면서 은행이 돈을 아무리 풀어도 기업은 돈가뭄에 시달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기업들 가운데서도 덩치가 작고 담보도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만성적 자금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직접금융의 위축은 투자축소로 이어져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원인도 되고 있다.한보.삼미 부도 이후 위축되고 있는 직접금융시장의 실태,문제점과 대책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실 태 LG전자는 전체 자금조달액중 직접금융방식으로 조달한 자금의 비율이 95년 63%에서 96년 58%로 낮아진데 이어 올해엔 50%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해외차입자금중 직접금융 비율도 94년 68%에서 96년 44%에 이어 올해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 1~4월중 유상증자는 24건 4천3백55억원어치에 그쳤다.지난해 같은기간(42건 1조1천5백20억원)의 38%에 불과한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전국 1천8백8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97년 설비투자 전망'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예상규모(36조9천8백24억원)가운데 주식.회사채 발행을 통한 직접금융은 각각 전년보다 21%,1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반면 간접금융 비중은 51.9%로 지난해(46.8%)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간접금융시장으로 몰리면서 중소기업들엔 은행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은행감독원 경영분석지원팀 김광식(金光植)조사역은“전체 대출금중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1년이후 증가세를 보여 95년 전체의 56.2%에 달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다시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직접금융도 위축되고 있다.올들어 최근까지 해외증권 발행을 계획한 13개사 가운데 실제 발행에 성공한 기업은 기아자동차.메디슨등 4개사에 불과했다.

삼성물산은 1억4천5백만달러의 해외증권 발행시기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1억달러규모의 해외증권발행을 하반기로 미뤘다.

한보.삼미 부도이후 국내기업의 해외신용도가 떨어지며'코리아 프리미엄'(한국기업이 해외자금조달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금리부담)이 0.5%포인트가량 높아진데다 달러강세에 따른 환차손 우려,선진국의 금리상승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의 해외투자까지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중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허가규모는 12억5천1백만달러(3백41건)로 지난해 동기의 15억8천8백만달러(5백11건)보다 21.2% 줄었다. 민병관.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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