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어린이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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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린이날은 5월의 자연속에 있다.향기롭고 따뜻한 대기는 영감(靈感)에 넘친다.신록의 작은 이파리들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만개한 꽃의 주위엔 벌들이 잉잉거린다.어린이날 속에는 어린이를 향해 자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인생의 정서적 소원(所願)이 들어 있다.

사람은 그들의 온 삶을 통해 이런 5월의 경험을 잊거나 유린당해선 안될 것이다.사람은 무엇보다 정서에 넘치는 생물이다.자연과 이웃과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생물이다.어린이가 커 장차 어른이 된 다음까지 정서의 양식을 굶지 않게 돌보는 것이 그들을 키우는 어른들의 할 일 가운데 으뜸일 것이다.

튼튼한 정서를 바탕으로 삼고서야 밝은 지혜가 자랄 수 있다.사실 지혜라는 것은 정서의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교육 가운데도 정서교육이 더 중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교육(敎育)의'敎'자는 어린이 자신은 모범될 것을 스스로 선택해 본받고,어른은 그 나머지를 매로써 가르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어린이가 모범으로 삼는 것은 자연과 사회와 어른들이다.어린이의 정서교육에 진정으로 모범될 만한 것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처럼 어린이날을 맞아 무서워해야 할 일도 드물 것이다.

어린이에게는 무엇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성함,그리고 엄격함을 충분하게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지나치게 인공적이고 도시적인 삶 만으로는 사람의 생물적 정서는 파괴되고 비뚤어진다.인공적인 것 가운데도 출세와 부(富)를 너무 강조하는 것은 사람의 삶을 부당하게 좁히는 일이다.넓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어린이를 가르쳐야 한다.

5월은 마음이 넉넉하고 창조적인 계절이다.그리고 부지런한 계절이다.꽃이 지면서 작은 열매가 맺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자연은 가만히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쉼 없이 실은 극단적으로 노력하고 있다.자연처럼 마음이 큼직하고 부지런한 어린이들을 키우라고 5월은 정색을 하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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