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경영일기>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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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변해야 산다.' 얼마전 협력업체를 방문했을 때 그 회사 입구에 이런 구호가 걸려있었다.순간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절박한 노력을 이렇게 표현했구나,그리고 이 회사는 잘 되겠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됐다.결론적으로 그 회사는 나의 기대만큼이나 현재 여러면에서 잘하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은 60년대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에 비하면 여러 분야에서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우리는 그 변화의 속도만큼 빠르게 대처하고 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것같다.경영에 관한 새로운 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경영자들은 그'새로운 흐름'에 따른'변신'요구를 심각하다 할 정도로 받고 있다.

우선은 나,그리고 회사만 해도 자동차산업의'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년부터 적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우리 회사는 지금 세계경영과 더불어 3년여 공들여 만든 신차인 라노스.누비라.레간자를 내놓으면서 국내외에서 분에 넘치는 호평을 받고 있다.그러나 나는 우리 임직원들이 자족감에 빠져 안주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이제는 그야말로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른 변화.변신도 중요하다.그러나 한편으로 기업경영에는 불변의 진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최근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그 해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여기저기서 받는다.특별한 해법은 없다.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그 답'이란 게 나의 설명이다.부족한 자원과 풍부한 인재로 대변되는 우리 상황에서 대우가 창업 이래 해외지향적 활동과 창조.도전.희생이라는 덕목을 강조해온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내 비서 업무를 맡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그는 다른 회사에 근무하다 몇년전 우리 회사로 옮겨왔다.그가 처음 우리 회사에 와 한 이야기다.

“전 회사는 오전9시 출근이었습니다.큰 업무 기준으로 해서 오전에 한개,오후에 두개 정도 처리했었는데,대우는 오전8시에 출근하다 보니 오전 중에 큰 업무 두 개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따라서 제 기준으로 보면 대우는 생산성이 전 회사보다 30%는 높다고 봅니다.” 힘은 들지만 보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과 관련해 어떤 특단의 처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일본이 대(對)달러 환율 3백대1에서 1백대1에 이르는 동안 정부의 정책도 정책이지만 각 기업이 집요한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것을 강조하고 싶다.

기업이 어려운 국면을 헤쳐나가는데는 경영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또 경영자의 전문지식.판단력.용기도 필요하다.그러나 이것은 당연히 갖춰야 할 것들이다.지금 우리 경영자들에게는 솔선해 열심히 일하는 것,어느 구성원에게나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한번 해보자'하는 신바람의 다이내미즘은 경영자가 보여주는 진지한 자세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최근 국제바둑대회에서 파죽의 연승을 올려 우리를 기쁘게 해줬던 바둑기사 서봉수씨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향상에 대한 염원을 버리지 않는 한,바둑은 계속 느는 것이다.” 경영인들에게도 많은 격려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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