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기아엔터프라이즈 허재 변수에 허찔린 나래블루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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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기아는 1차전에서 허재를 정규리그 중반이후 12경기만에 스타팅 멤버로 기용했고 수비전문 이훈재에게 나래의 가드 칼 레이 해리스를 맡겼지만 13점차로 대패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병법을 무시하고 상대의 진용에 관계없이 화력만 강화시켰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이 점을 중시한 기아 최인선감독은 2차전에서 허재를 벤치에 앉혀두고 투입시점을 기다렸다.

최감독은 허재를 투입할 시기를▶오름세를 탈 때▶교착상태를 풀어야 할 때▶상대가 지쳤을 때▶이훈재가 제몫을 못할 때로 한정했다.공격적인 경기운영이 필요할 때 허재를 넣겠다는 복안이었다.

따라서 나래는 허재의 투입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했다.선제리드를 잡아야 했고 공격력이 약한 이훈재가 오래 코트에 머무르도록 해리스의 공격빈도를 줄여 기아가 공격진용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그러나 나래는 코트에 없는 허재에게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썼다.속전속결을 의식,범실이 늘어나면서 1쿼터 33-13,2쿼터 5분만에 53-22로 처져 기아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기아가 챔피언이 되기 위해 허재는 반드시 필요하다.그러나 허재는 농구대잔치를 제패할 당시처럼'마이더스의 손'이 아니다.일본 프로야구의 주니치가 선동열을 쓸 때처럼 확실히 이기기 위해 기용하는'상비약'일 뿐이다.

이제 기아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경우는 허재를 쓰지 않고도 이기는 것이 됐다.2차전은 챔피언결정전의 향방이'허재변수'를 둘러싼 머리싸움에 달렸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한판이었다. 〈부산=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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