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만 배럴’ 외국 석유업체 사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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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석유공사가 수십억 달러(수조원) 규모의 해외 석유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 하루 원유 생산량 20만 배럴 정도인 중견 업체를 올해 안에 M&A하는 게 목표다. 20만 배럴은 국내 하루 원유 도입량의 약 8%며, 석유공사 생산량(8만 배럴)의 2.5배다. 이번 M&A 추진건과는 별도로 국내 기업들은 올해 모두 70억 달러(약 9조2000억원)를 해외 유전·가스전 확보에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식경제부는 5일 이런 내용의 ‘2009년도 해외자원개발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이재훈 지경부 차관은 “국제 유가와 석유기업 가치가 함께 급락한 지금이 M&A 기회”라며 “7~8 개 업체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그간 해외 유전과 가스전을 사들이기는 했으나 외국 석유회사를 M&A하는 것은 처음이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외국 석유회사들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고점 대비 30~40% 선으로 떨어진 상태다.

유가는 지난해 7월 초 배럴당 140~14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극심한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 지금은 4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M&A 재원은 정부의 석유공사 출자금 1조4600억원을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 모자라는 돈은 석유공사가 외화 채권을 발행하고, M&A로 얻을 유전의 매장량을 담보로 차입해 조달할 방침이다.

석유공사의 M&A와 다른 기업들의 유전·가스전 확보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현재 5.7%인 우리나라 에너지 자급률은 14%까지 오르게 된다. 이는 일본(19%)에는 못 미치지만 독일(9.1%)보다 높은 수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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