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군자동 도깨비건물 헐고 교통공장 조성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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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광진구군자동 세종대옆 능동로와 광나룻길이 교차하는 도로 한복판에 덩그렇게 서있는 지상6층짜리 회색건물.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지만'도깨비 건물'로 악명(?)높은 이 건물이 조만간 철거된다.

광진구가 최근 이 건물을 포함한 삼각 형태의 지역을 교통광장등으로 조성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이 주민들로부터 어떻게'도깨비 건물'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을까. 우선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불법건물로는 가장 오랜 기간인 26년 동안 위법상태를 그대로 유지한채 방치돼 있다는게 악명(?)을 얻게 된 가장 큰 원인이다.

광진구군자동374의4,5,6일대 1백평의 부지에 지어진 이 건물이 건축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 68년.당초 지하1층,지상2층의 공동주택으로 허가를 받고 실제로는 지상6층으로 허가보다 3배가량 높게 불법으로 지은 것이다.건물이 90%정도 건설되고 있던 72년쯤 인근 어린이대공원 공사현장을 시찰하던 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에 의해 불법사항이 적발되는 바람에 이듬해건축허가가 취소되고 이와 관련된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게다가 건물이 완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동안 주변 부랑배나 상인들이 무단으로 점유한 것도 주변 주민들이'도깨비 건물'로 부르게 된 이유다.

이 건물은 현재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던 이들이 권리금을 붙여 매매까지 하는 바람에 임대권이나 소유권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때문에 관할 구청 직원들도 불법건물로 수차례에 걸쳐 철거하려 했지만 채권자들이 법원에 철거금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골치를 썩여 왔다.

이런 도깨비 건물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 것은 94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난 후다.

노후된 이 건물의 안전문제가 제기되면서 이곳에 거주하던 20여가구의 주민들에 대한 강제퇴거가 시작돼 3년간에 걸쳐 대부분의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현재는 2층에 점술가 1명만 거주하고 있다. 〈이계영 기자〉

<사진설명>

26년동안 불법건물로 유지돼와'도깨비건물'로 불려온 군자동 6층짜리

건물(점선안)이 곧 헐리게 됐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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