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금융가의 불한당' 닉 리슨 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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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금융가의 불한당 닉 리슨.95년 2월 베어링스 은행이 도산했다.싱가포르 사업부의 트레이더 닉 리슨이 6억파운드의 투자 손실을 입혔기 때문.한 사람의 선물 거래인이 2백30년 전통의 은행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것이다.사건의 주인공 리슨은 6년6개월의 선고를 받고 현재 싱가포르의 타라 메라 교도소에서 복역중이다.

이 책은 리슨이 스스로의 과거를 돌아보며 은행 경영의 허점과 인간이 갖는 허욕의 끝을 보여준다.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금융계에 투신,놀라운 투자수익을 올리며 능력을 인정받아 25세의 나이에 베어링스의 싱가포르 사업부 소장으로 전격 발탁된다.리슨은 계산상 오류를 조정하기 위한 에러계좌를 자신의 거래 손실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이때부터 싱가포르 사업부는 수익만을 보고한다.아무도 그를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다.리슨이 베푸는 향응에만 젖어있던 상사들과 날로 늘어가는 수익에만 관심있었던 은행 경영진은 베어링스 도산의 공범이었다.베어링스 도산 이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는“리슨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맡은 젊은이였다”고 평했다.

〈시공사.이종인 옮김.3백65쪽.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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