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임시정부 곳곳 지뢰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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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가 해체되고 오는 30일 연합군정으로부터 주권을 이양받을 임시정부가 1일 사실상 출범했다. 주권 이양의 첫 단계이자 최대 고비를 넘겼지만 임시정부의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축포와 폭발=임시정부의 최대과제는 단연 치안회복이다. 가지 알야위르 IGC 현 의장의 대통령직 지명 발표 직후 일부 지역에서는 축포가 터졌다. 그러나 1일 바그다드 쿠르드애국동맹 사무실과 이라크 중북부 바이지의 미군기지 주변에서는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해 37명이 사망했다. 또 2일엔 바그다드 북부 수니파 이슬람 교도 밀집지역인 아드하미야 지역에서 차량폭탄이 폭발해 최소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더욱 복잡해진 정국=이라크 새 지도부와 미국 주도 연합군의 갈등이 향후 주권 이양 과정에서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통령 인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주도권이 약화됐다. 미국과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GC가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가 선출됐다. 유엔 내부에서조차 '특사가 각료 인선에서 IGC에 밀렸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 주권이양을 강행해야 하는 미 행정부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핵심 요직인 대통령, 부통령 2인, 총리와 부총리 모두 'IGC의 연장선'이라는 이라크 내 비판도 거세다. 이 중 3명이 전 IGC위원들이었고, 부통령 1명과 부총리는 쿠르드 양대 정파에서 내세운 인물들이다. 정부 구성에 대한 종파.민족 간의 갈등도 더욱 노골화할 전망이다.

한편 미국과 영국은 다음달 1일 출범하는 이라크 임시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유엔 안보리가 다국적군의 이라크 점령을 조기에 끝낼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한 이라크 결의안 수정안을 1일 제출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2일 영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두 나라는 결의안 수정안을 통해 미.영 연합군의 철수시기를 2006년 초로 못박았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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