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생산능력 年 350만대 - 국내 자동차산업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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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국내 자동차산업은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국가경제 발전을 주도해왔다.

우선 80년 33만6천대였던 연간 생산능력이 지난해 3백51만1천대로 증가해 16년새 무려 10배가 넘는 성장을 했다.

또 자동차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년 2.5%에서 95년 8.2%로 높아졌다.

자동차 한대를 만들기 위해 2만~3만여개의 부품이 투입되는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효과도 크다.철강.기계.전자.전기.운수.금융등 관련산업의 발전을 선도해온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자동차산업의 고용창출 효과도 어느 산업보다 중요해졌다.94년 현재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규모는 1백30만명(직접고용 35만8천명,간접고용 94만2천명).이같은 고용규모는 90년의 1백만명에 비해 30% 증가한 것이다.전산업 취업

자에서 자동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6.8%에 달한다.

자동차관련 세수(稅收)도 엄청난 규모다.95년 현재 조세총액 가운데 15.1%를 차지했다.90년에는 10.2%였다.

자동차업체들은 그동안 두차례의 비약적인 발전단계를 거쳤다.첫째가 88서울올림픽을 앞둔 86~87년.당시 국내 메이커들은 한해 38만대의 생산량 증가를 기록했다.1년만에 생산량이 이만큼 늘어난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자동차업계는 두번째 성장기를 맞는다.90년이후 96년에 이르기까지 한해 최저 17만대,최고 32만대에 달하는 생산량 증가를 보였다.

특히 내수쪽에서 물량증가분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국내 도로는 자동차로 넘쳐나게 됐다.업계의 내수판매 실적은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87년이후 94년까지 매년 최저 10만대에서 최고 24만대씩 늘었다.

이같은 수요증가는 업계의 경쟁적인 설비투자로 이어졌다.내수 수요를 뛰어넘은 생산량 때문에 과잉생산 논란을 낳기도 했다.게다가 94~95년은 내수 정체기였으며,이후에도 내수 증가가 10만대를 넘지 못했다.가구당 자동차 1대씩을 보유

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은 6.7명당 1대씩의 승용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에 버스.트럭.특수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를 따지면 4.8명당 1대씩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시장도 이제 선진국형으로 변해 과거와 같은 10~20%대의 고도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의 판매전략도 이제 신규 수요보다 대체수요를 잡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자동차산

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관련,최근 일부 자동차업체들이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위험수위에 이르자 조업을 단축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는다는 전략이지만 엔저등의 영향으로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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