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박태중씨는 김현철의 장세동' 위원들 푸념 - 청문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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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보 청문회는 이틀 연속 증인들에게 당했다.박경식(朴慶植)씨의 안하무인.좌충우돌식 발언에 말려들었던 특위위원들은 22일엔 박태중(朴泰重)씨에게도 완패했다.朴씨는 철저히 준비를 해온데다 예의까지 갖춰 차분하게 답변했다.그러나 의원들

은 구체적인 증거없이 호통과'거짓말'이라는 윽박지르기로 일관했다.야당 의원들 사이에선“朴씨는 김현철의 장세동”이라는 푸념도 나왔다.

…박태중씨는 처음엔 다소 긴장하고 굳은 표정이었으나 의원들의 질문이 계속 핵심을 겉돌며 훈계조에 머무르자 점차로 태도가 당당해졌다.

朴씨는“사실은 사실대로 말하고 아닌건 아니라고 하는거다”“위증하라는 거냐”“똑같은 질문이 계속돼 중복되는데…”“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면서 얘기하라”는등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

그는 답변도중 청문회가 끝나면 검찰이 소환할 것이란 소식을 전해듣고도“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그러나 같은 시간 대검청사에서는 검사들이“자신만만한 모양인데 어디 들어오면 보자”고 말해 朴씨에 대해 상당

한 자료를 축적했다는 느낌.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의원은 증인에게 말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은채 자화자찬성 발언만 나열.방청객들 사이에서“원맨쇼를 하는거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

李의원은 朴씨가 미국에서 하루 방값이 60만원이 넘는 특급호텔에서 잤고,사채놀이를 했으며 김혁규경남지사와 모은행 지점에서 만났다는등의 주장을 하면서“내가 다 확인해봤다”“제보자가 나에게 다 알려줬다”고 부연.그러나 朴씨가“증거를 제시하라”고 모두 부인하자“에이 왜그래요.다 아는데”라면서도 반박을 못했다.

…朴씨는 이미 드러난 사실을 제외하곤 전부“아니다”“모른다”로 일관.

朴씨는 의사 박경식씨나 한보 정보근(鄭譜根)회장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고 검찰이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민방선정 개입의혹도“관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朴씨는 또 ㈜심우의 직원이었던 정대희(鄭大熙)씨가 청와대에서

무적(無籍)근무를 한 사실도“몰랐다”고 답변했고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한결같이“모른다”로 일관.

그러나 자신이 만들었다 발각된 시국대책 메모는“그저 끼적거려 본것”이라고 발뺌하면서 두 야당총재에게 사과한다고 너스레.

자금출처를 안밝혀 두배 가까운 세금을 물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의 실수”라고 빠져나가는등 상당한'예습'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한동안 사라졌던 여야 의원들의'증인앞 싸움박질'이 다시 재연.신한국당 이사철(李思哲)의원이 질문에 앞서“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이 증인의 개인적 가족관계를 거론했는데 본인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을것”이라고 말하자 金의원이“당

신 질문이나 제대로 하라”고 고함.이에 李의원이“듣기 싫으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나가라”고 맞고함을 치면서 청문회장은 한때'아우성장'으로 돌변.

…전날 박경식씨에게 훈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은 박주천(朴柱千.신한국당)의원은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朴씨의 진술태도를 문제삼아 국회모욕죄로 고발할 것을 요구.

이날 청문회에서는 신한국당 김호일(金浩一)수석부총무가 한보특위위원으로 새로 임명돼 첫 질문. 金의원은 인사말에서“사퇴한 이신범(李信範).김재천(金在千)의원을 대신하기 위해 의원들 20~30명에게 특위위원을 맡아달라고 간청했으나 모

두 거절해 내가 대타를 맡게됐다”는 말로 여당 한보특위위원들의 처지를 대신.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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