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핵심 법안 언제까지 표류시킬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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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제위기를 헤쳐가는 데 앞장서야 할 국회가 경제 살리기 법안을 하염없이 떠내려 보내고 있다. 해를 넘겨서도 국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잠정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 겨우 핵심 법안 처리 연기다. 그나마 협상대표 자격 시비와 당내 반발로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가장 첨예한 핵심 법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미디어 관련법, 금산분리완화 관련법이다. 여권이 그동안 틈만 나면 ‘경제 살리기를 위해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던 필수 처리 법안들이다. 무역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해 교역을 확대하는 자유무역협정을 미뤄야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FTA는 민주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미국과 맺은 협상이다. 미국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맺어졌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런 법안을 민주당이 극력 반대하는 바람에 상정 과정에 몸싸움이 일어났고, 이후 국회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미디어 관련법 역시 세계적인 환경 변화에 맞춰 미디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 우리의 미디어 산업은 1980년 군부 독재가 언론 길들이기 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틀을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법 개정을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라고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착오다. 금산분리완화는 산업자본이 은행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은행의 자금난을 풀어줄 수 있다. 금융위기를 불러온 신용 경색을 풀 수 있는 특효약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가둬놓은 국회엔 정치력도 위기감도 찾아볼 길 없다.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 채 끌려다니다 핵심 법안을 모두 표류시키는 타협안을 내놓고 말았다. 국회의장은 자신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류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아 기초를 잡았던 개혁 법안을 외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지난 보름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경제 살리기 핵심 법안은 언제 처리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허망한 결과에 민심은 한탄한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경제 살리기 법을 처리해야 한다. 국가의 장래나 국민의 삶은 당리당략의 볼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