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망명신청 성명서 -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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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황장엽씨는 지난 2월12일 망명신청 직후 성명서를 작성했다.다음은 요지.

냉전이 종식되고 민족분열의 주된 요인이 제거되었으나 북조선은 무력통일을 기본정책으로 하고 여기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고 있어 우리 민족에게 비극적 재난을 들씌울 수 있는 또 한번의 전쟁위험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소련식 사회주의의 붕괴는 필연적인 역사적 사변이었다.그러나 유독 북조선만은 개혁.개방을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낙인찍고 견결히 배척하고 있으며 자기 정책을 시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것을 절대화하고 더 한층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오늘 북조선에서 모든 화근은 개인 독재에 있다.북조선은 개인에 대한 숭배를 절대화하고 이른바 수령에 대한 절대적 숭배를 요구하는 수령관을 당 건설과 당 활동,그리고 모든 정책 작성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일반 민중의 자유와 창발성은 극도로 억압되고 있으며 경제는 전반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지고 인민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불행을 겪게 되었다.지금 북조선은 사회주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회다.인민.노동자.농민.지식인들이

굶주리고 있는 사회가 어떻게 사회주의 사회로 될 수 있겠는가.

지금의 북조선에 대해서는 독재자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효성의 봉건도덕을 강요하는 기형화된 일종의 봉건사회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그럼에도 북조선 지도부는 북조선을 세계 유일의 사회주의 보루이고 세계 혁명의 중심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인권의 견지에서 볼때 북조선에서는 지금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정당화되고 최고도로 미화되고 있다.북조선 지도부는 계속 무력을 강화하는데만 힘을 기울이고 있다.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는 명백하다.만일 남조선에서 설마 북조선이 전쟁을 일으킬 수 있겠는가 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부유하고 안일한 상황에 물젖어 과거도 잊어버리고 현실도 볼줄 모르는 머저리라고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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