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새해 다짐 “지갑 닫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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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작가 졸린 시애나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을 했다. 앞으로는 친구들과 만날 때 와인 바에 가는 대신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와인 바에선 포도주 한 잔에 10달러 이상을 내야 하지만 집에선 같은 돈으로 1병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넬슨 머피는 올해 금연을 결심했다.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한 갑에 9달러(약 1만2000원)나 하는 담뱃값을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펠리샤 잭슨은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점심 때 햄버거를 파는 패스트푸드 점을 찾지 않고 돈이 적게 드는 샌드위치 도시락을 직장에 싸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뉴욕 타임스(NYT)가 1일 소개한 미국인들의 올해 다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갑 문을 꽁꽁 잠그겠다는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감안한 생존 전략이다.

매리스트 칼리지가 최근 미국인들의 새해 다짐을 조사한 결과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12%로 3위를 차지했다. ‘멋진 사람이 되겠다’는 응답은 3위에서 7위로 미끄러졌다. 1위는 다이어트(20%), 2위는 금연(16%)이었다.

통상 연말연시에는 새로운 출발이나 더 나은 미래와 관련된 소망을 많이 표시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시애나의 경우 올해의 다짐을 물었을 때 처음엔 전자레인지를 덜 사용하고 유기농 식품을 더 먹겠다고 대답했다.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최근 친구 수십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자신도 걱정”이라며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해 먹는 횟수를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보다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근검절약을 통해 ‘건강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다짐이 많았다. 코네티컷주 뉴런던에 사는 케빈 쿠퍼는 출퇴근할 때 승용차를 타는 대신 2시간을 자전거로 달려 몸도 튼튼히 하고 지갑도 불리겠다고 결심했다.

이 같은 새해 결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략이 따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하고 있다. 미국 휴스턴 소재 메닝거 클리닉 중독치료센터의 존 오닐 소장은 라이브사이언스 닷컴(livescience.com) 에서 다섯 가지를 권고했다. ▶달라지겠다고 결심할 땐 변화를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결심은 최소한으로 줄여라 ▶믿을 만한 파트너를 만들어라 ▶자신의 변화 노력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단계별로 자신에게 보상을 해 줘라 ▶스트레스는 치명적이므로 피해라.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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