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볜, 국경넘는 동포애 물결 - 북한 굶주림 위기에 공감대 모금운동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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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옌볜(延邊)중국동포 사이에 굶주린 북한 주민돕기운동이 활발하다.

옌볜대 한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접촉에서“올초부터 옌볜 중국동포들도 북한을 돕기 위한 모금활동과 식량난의 구체적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활동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96년 여름 회령.청진.평양 등지를 둘러본 그는“나뭇잎까지 먹고 있어 평양 근교의 뽕나무조차 잎이 남아있지 않다”고 북한의 처절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동료교수및 친지들을 중심으로 동포돕기운동을 벌이기로 했으며 보다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위해 두만강을 건너는 중국측 세관의 물동량에 관한 조사를 실시하는등 정확한 실상부터 파악키로 했다.

중국동포가 2백~5백㎏의 식량을 메고 북한에 들어가 명태나 화장품등과 교환하는 것이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친척들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방북(訪北),옷과 식량을 전하는 동포들도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의 물자는 반드시 세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물동량 조사를 통해 북한행 식량의 총량을 어림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옌볜대 교수는 이 자료를 기초로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중국과 한국 동포들에게 호소할 계획이다.

이들의 대북지원운동은 옌볜지역 중국동포들 사이에 급속도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옌볜대의 또 다른 교수는“북한이 붕괴돼 두만강을 넘는 대량 난민사태가 발생할 경우 옌볜지역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돕기운동이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옌볜지역 지식인들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새로운 흐름으로 비춰지고 있다.그러나 중국동포들의 대북지원 활동엔 어려움도 뒤따른다.

우선 중국 정부가 모금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소수민족의 분리.독립문제에 예민한 중국 당국은 대북지원 움직임이 자칫 민족주의적 경향으로 흐를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중국동포들은 그동안 개별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많은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감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며 모금운동에 매우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지원 움직임은 계속 확산추세에 있다.

특히 지난 3월초 식량을 얻기 위해 두만강을 건넌 북한 처녀가 사기단에 걸려 팔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북지원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옌볜 중국동포사이에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옌볜=정창현 기자]

<사진설명>

북한의 식량난이 극심해지며 중국을 통한 수입이 늘고,중국동포의 식량지원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다.지난해 8월 중국 창바이현에서 북한 혜산시로

밀가루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들어가는 모습. 〈통일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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