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나타내는 얼굴 표정은 선천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쁘거나 슬플 때, 화가 날 때 짓는 얼굴 표정은 후천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나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화적 습득이 아니라 유전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마쓰모토 교수가 2004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23개국 출신의 유도 선수들의 얼굴 표정을 촬영한 4800장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유도 선수들 가운데는 시각 장애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연구 결과 시각 장애인 선수가 시합에서 아깝게 졌을 때 짓는 표정이 비장애인 선수의 표정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승전에서 아깝게 패해 은메달에 그친 선수들은 시상식 때 ‘사회적 미소’(social smile. 혼자 짓는 미소가 아니라 어떤 대상에게 짓는 미소)를 지었다. 사회적 미소는 입술 근육만 사용하는데 반해 뒤센 미소(Duchenne smile)로 알려진 진짜 미소를 지을 때는 뺨이 위로 올라가면서 눈이 작아지고 반짝인다.

마쓰모토 교수는 “은메달리스트들은 마치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 표현을 억제하듯 아랫 입술이 앞으로 튀어나왔고 대부분이 사회적 미소를 지었다”며 “선천적 시각 장애인들은 성장하면서 이렇게 감정을 억제하는 방법을 배웠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에 다른 메카니즘이 존재하는 게 틀림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감정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진화의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어 상대방에 대해 무례한 언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인성과 사회 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9년 1월호에 게재되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