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고민상담>조기유학 보채는 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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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2된 딸아이가 미국 어학연수를 갔다온 후 유학을 보내달라고 조릅니다.성적은 반에서 중간정도인데 유학만 보내주면 혼자서 공부도 잘할 수 있대요.딸아이라 혼자 멀리 보내고 싶지 않고 경제적으로 부담스럽지만 본인에게는 기회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럽습니다.

박명신〈서울송파구신천동〉

우선 아이가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이유를 알아보세요.어학연수를 경험한 후 장래 무엇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겨서인지,단순히 미국생활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공부가 힘들고 어려워 현재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를 정확히 물어보세요.

특별히 음악이나 과학등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아니면 조기유학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그러므로 조기유학의 어려움이나 유학가지 않았을때의 이로움을 설명해 아이의 마음을 돌리도록 해보세요.

성장기때 매일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즐거움은 장차 가족에 대한 이해와 유대감,정서적 안정에 매우 중요합니다.조기유학으로 정서적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언어장벽.문화차이.인종차별을 겪게 된다면 독립심이 자라기보다 방황과 탈선으로 빠질 우려가 더 큽니다.또 중.고등학교때의 친구는 평생을 함께 하죠.외국친구도 사귈 수 있고 조기유학생끼리 결속도 있다고 하지만 매일 학교생활을 같이 하며 비슷한 정서를 키워온 친구와의 우정과는 다릅니다.

미국에서도 좋은 대학에 가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보통 수준의 대학에서도 졸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려주세요.'영어 하나만 건져도 이익'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아무리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해도 그것만으로 충분한 직업은 없습니다.경제적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면“그 많은 돈을 부담할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만약 미국생활을 동경해 유학하고 싶어한다면 지금은 꿈으로 갖고 있고 미국의 허와 실을 구별할 수 있는 성인이 돼 장학금을 받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하세요.모순된 입시제도에서도 많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공부를 해낸 체험은 외국의 어떤 상황에서도 공부를 잘 해낼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어느 곳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숙자〈교육심리학박사.연세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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