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100% 내책임"끝까지 몸통 자처 - 홍인길의원 깃털론 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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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깃털과 몸통'-한보의혹은 이의 실체를 가려내야 풀린다.'몸통'은 한보사태의 진짜 배후고,'깃털'은 곁가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12일 한보청문회에서는 검찰 소환 당시“나는 깃털일뿐”이라고 말했던 홍인길(洪仁吉.신한국당)의원이 출석했다.洪의원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 가신 출신으로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냈다.

의원들은'깃털'의 뜻을 캐내기 위해 끈질긴 질문공세를 폈다.야당의원들은“깃털이라고 했다면 몸통이 있는 것이고,몸통은 金대통령이나 金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洪의원은“동물학적으로 깃털.몸통을 따로 구분하지 말아달라”며 자신이 곧 몸통이라는 식으로 일관했다.

김경재(金景梓.국민회의).이인구(李麟求.자민련)의원은“증인이 깃털이라고 했다가 요즘엔 스스로 몸통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는데 무슨 까닭에서인가”라고 물었다.

洪의원은“깃털이나 몸통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사람들이 실세라고 부르길래 스스로 낮춘다는 뜻에서 깃털이라고 말한 것이고,이 표현은 평소 자주 썼던 것으로 반사적으로 나온 말”이라고 답변했다.

洪의원의'깃털.몸통 일체론'이 계속되자 야당의원들은 다른 각도에서 찔렀다.洪의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이인구의원은“증인이 검찰에 출두하기전 강삼재(姜三載)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만나'억울하다'고 말했다는데…”라고 물었고,이규정(李圭正.민주당)의원은 “나중에 후회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洪의원은 그러나“억울하단 말을 한 적이

없다”“내가 잘못했는데 누굴 원망하겠느냐”며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金대통령과 현철씨가 몸통이라는 흔적을 잡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질문도 마구 쏟아졌으나 소득은 없었다.洪의원은 한보에 대한 특혜대출과 관련,“국익에 도움된다고 나름대로 판단해서 한 것인데 검증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며 1백% 자기책

임임을 거듭 강조했다.

洪의원은 金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당에서 적법 절차를 따랐을 것이며 그밖의 것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대통령은 굳건히 자기자리를 지켰는데 나는 내 자리를 못지켰다”고 수차례나 언급해“제2의 장세동(張世東)이 되겠다는 거냐”(김경재.이양희의원)는 말을 들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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