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15억 차용증 박연차 사무실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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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62) 전 대통령이 박연차(63·구속) 태광실업 회장과 15억원대의 돈 거래를 한 문서가 확보돼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29일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준 뒤 받은 것으로 보이는 차용증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차용증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인 올해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차용증은 노 전 대통령이 15억원을 빌리는 내용이며, 이자율과 변제일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정상적인 사인 간의 자금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실제 노 전 대통령과 돈 거래를 했는지, 차용증을 만든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차용증만 확보된 상태이며 계좌 추적이나 진술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자금 거래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차용증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7월부터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면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국세청은 11월 박 회장을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관련 자료를 검찰로 넘겼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차용증이 위조된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린 증거로 만든 것인지 등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차용증이 진본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인 간의 거래라면 수사 및 사법처리의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차용증의 진위와 함께 돈 거래 시점과 성격, 이자 지급 여부, 대가 관계 등을 따져볼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이 현직을 떠난 뒤에 돈 거래를 했더라도 퇴임 이전의 이권과 관련한 대가성이 인정되면 ‘사후 수뢰죄’가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5억원 차용증과 관련,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검찰에서 공식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광실업 측은 “박 회장의 개인적인 금전 거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올 2월 퇴임한 직후부터 봉하마을에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 등을 구상해 왔다. 또 측근들과 함께 농촌 환경 활동이나 봉하마을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좌 추적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얻은 330억원대의 차익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내년 초 박 회장의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전반적인 스크린 작업에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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