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마카오~광저우 2시간 생활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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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광둥(廣東)성 남부 주장(珠江) 삼각주가 대규모 클러스터 도시로 개발된다. 부근 6개 도시를 2시간 내에 도달 가능한 단일 생활권으로 묶어 경제·문화·관광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제위기나 환경문제에 공동 대처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6개 도시를 두 시간 생활권으로=홍콩 규획서(規劃暑)와 광둥성 건설국이 29일 공개한 ‘주장삼각주 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주장 부근 홍콩과 주하이(珠海)·마카오·광저우(廣州)·선전·포산(佛山)등 6개 도시는 철도와 고속도로 등으로 연결돼 두 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개발된다.

200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홍콩과 광둥성 정부가 지난 2년간 1400만 홍콩달러(약 23억원)를 들여 완성했다. 앞으로 역내 지방정부가 재원 조달과 개발 일정 등을 논의해 2020년까지 6대 도시 통합을 달성키로 했다.

보고서는 홍콩과 선전권, 마카오와 주하이권, 광저우와 포산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 내 두 개 도시 사이에 도로·철도망을 확충해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역내 모든 도시가 2시간 이내 생활권이 될 수 있다.

특히 역내 5개 국제공항과 2개 국내공항을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은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도시별 역할 분담=보고서는 현재 6개 도시들이 갖고 있는 비교우위 산업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과 선전은 금융과 무역·물류·첨단기술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역내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고, 제조업이 발달된 광저우와 포산은 역내 주요 공업구 역할을 하고, 관광이 발달된 마카오와 주하이는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유치 역할을 맡는 식이다. 6개 도시가 적극 협력해 시너지 효과가 크면 경제·문화·환경 등 각 부문에서 발전속도가 두 배로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역내 무역 촉진을 위해 홍콩과 마카오, 중국이 서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차량면허 발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지난 19일 지역·도시 간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에 속도를 내야 하다는 내용의 ‘지역발전 지침서’를 지방정부에 시달했다. 광저우 중산(中山) 대학의 정톈샹(鄭天祥) 교수는 “지역 간 공동개발과 협력은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가장 합리적 방법”이라며 “주장 삼각주 클러스터 개발이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시 간 협력과 환경문제가 관건=중산대 정 교수는 “보고서가 향후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지만 환경문제 등 도시 간 협력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광둥성에서 공해를 유발하는 업체 대부분은 홍콩 기업인들이 소유하고 있어, 환경문제 협의 과정에서 광둥성과 홍콩 정부 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홍콩 폴리테크 대학의 훙윙탓 교수는 “6개 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 세계적인 광역도시가 되려면 단순히 경제적 협력만이 아니라 문화·스포츠 부문의 협력까지 제시해야 하는데 보고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클러스터 도시=역내 여러 도시를 하나의 도시처럼 묶어 경제·문화·사회적 공동 발전을 꾀하는 것.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거대 경제권을 형성, 규모의 경제를 만들거나 공동연구 등으로 창조적 산업을 육성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발전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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