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스라엘 무차별 공습은 새총 맞고 대포 쏜 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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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보복의 악순환이 재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이 27일부터 사흘째 이어지면서 300여 명이 숨지고, 900여 명이 부상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최단 기간 내 최대 규모 인명 피해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존중,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에 대한 공격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남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포 공격 중단을 거듭 촉구했음에도 하마스가 불응해 어쩔 수 없이 보복에 나섰다는 것이 이스라엘 측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로켓포 공격에 무차별 공습으로 맞선 것은 명백한 비대칭 과잉 보복이다. 새총에 대포로 응수한 격이다. 더구나 지난 7년간 로켓포 공격으로 희생된 이스라엘인은 17명에 불과한 반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올 들어서만 가자지구에서 6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내년 2월 총선을 앞둔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 기회에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법하다.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과격 무장세력인 하마스가 있는 한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150만 가자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이 하마스에 대한 지지 배경이 되고 있음을 올메르트는 알아야 한다. 무차별 공습에 따른 분노와 원한은 팔레스타인과 중동 각국에서 하마스에 대한 동정과 지지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자에 대한 고사(枯死) 정책을 중단하고,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것이 하마스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지름길이다.

팔레스타인은 온건파인 파타가 중심이 된 요르단강 서안의 자치정부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로 양분돼 있다. 이스라엘과 자치정부의 평화협상은 당연히 반쪽짜리 협상에 그치고 있다. 자치정부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평화의 불씨를 살리려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당장 중단하고, 봉쇄의 고삐를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