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초 프로그램 매물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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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새해 증시에 프로그램 매물이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2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프로그램 매매는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단 이틀을 제외하고 모두 매수 우위를 나타내 이 기간에 총 2조8000여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매매는 코스피지수 현물과 선물 가격을 비교해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싼 쪽을 사고 비싼 쪽을 팔도록 돼 있는 매매다. 현물을 기준으로 사면 매수이고 팔면 매도다.

연말에는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이 이뤄지기 때문에 배당을 노리고 들어오는 프로그램 순매수가 많다.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판 거래가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당 기준일이 지나고 배당락을 맞는 시점부터는 프로그램 매매가 순매도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당 매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현물 주식을 팔고 선물을 사서 기존 거래를 청산하려는 것이다.

2007년 12월과 올해 1월의 프로그램 매매는 이러한 패턴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07년 12월 배당을 노리고 대규모로 유입됐던 프로그램 매수는 같은 달 28일부터 ‘팔자’로 돌변해 올 1월 11일까지 하루를 빼놓고 모두 순매도를 기록하며 이 기간 총 1조8000여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러한 패턴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최근 10년 동안 1월의 프로그램 차익 거래가 순매수를 기록했던 경우는 2001년과 2005년 두 차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올해도 배당락 이후 내년 1월 초까지 5000억~6000억원가량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배당락인 이날도 오전 중에 1000억원 이상의 매물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의 최창규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경기침체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상당한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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