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길 의원이 한보서 받은 10억 用處확인 - 野의원.在野인사에도 돈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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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출알선 청탁과 함께 한보그룹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의원은 여당 정치인은 물론 야당 의원과 재야단체 인사들에게도 돈을 뿌린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洪의원은 지난달 17일 첫 공판이 열리기전 네차례의 보강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기록에 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게 좋겠다는 검찰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록엔 자세한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본사취재팀에 의해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洪의원은 수사 초기 검찰에서 鄭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여당의 동료.후배 정치인은 물론 국민회의 金모의원등 민주화 투쟁시절 함께 고생한 야당의원 상당수에게도 용돈으로 쓰라며 나눠줬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洪의원의 이같은 진술이 법원에 제출된 검찰 수사기록에는“당원들에게 휴가비로 얼마씩 주고 일부는 경조사비로 사용했다”고 씌어있다.

洪의원이 수시로 용돈을 줬다고 진술한 야당 의원중에는 현재 한보 국정조사특위 위원으로 활동중인 국민회의 金모의원도 포함돼 있다.

서울구치소 면회기록 확인 결과 문제의 金의원은 洪의원이 구속된 뒤 특별면회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洪의원은 청와대 총무수석직을 물러난 후에도 한 재야단체 사무실 구입비를 보태주는등 과거 야당시절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몇몇 재야 단체에 상당한 돈을 썼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에서“나는 누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더라도 오랫동안 갖고 있지 않고 며칠사이에 동료.후배 정치인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며 개인적인 축재 사실을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洪의원은 자신이 마련한 돈을 청와대 재직시 동료 수석비서관을 포함해 다수의 당정 핵심 인사들에게 나눠줘 활동비로 쓰게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전 자신을 깃털이라고 주장한바 있는 洪의원은 그동안 두차례 진행된 공판과정에서'홍인길 리스트'를 밝힐지 몰라 관심을 끌었으나 鄭총회장으로부터 받은 10억원의 사용처에 대해“민주화를 위해 함께 애써온 동지들을 지원해 주는데 썼다”고만 밝혔었다. 〈정철근.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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