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청문회냐 코미디냐 항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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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보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여야 특위위원에 대해서다.“도대체 무슨 청문회가 그 따위냐”에서부터“내가 해도 그것보다 낫겠다”는 비아냥까지 갖가지다.

'청문회 스타'를 꿈꿨던 의원들은 스타는 커녕 쏟아지는 비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여야 의원들은 “비난 전화가 50통쯤 왔다”“그게 청문회냐,코미디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푸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국당 박주천(朴柱千)의원은 8일 한보 김종국(金鍾國)재정본부장에 대한 질문에 앞서 “여론의 비난이 거세다.우리집에도 국회의원 그만두라는 비난전화가 빗발쳤다.오늘은 하나라도 새로운 걸 끌어내야 한다.내가 못하면 다른

의원들이라도 이어서 질문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청문회에 대한 여론 비난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먼저“의원들이 왜 그리 준비를 안해왔느냐”는 것이다.전후관계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따지는게 아니라“네죄를 네가 알렷다”는 식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청문회에선 그러다 증인에게 면박당하는 사태도 종종 나타났다.증인을 앞에 두고 여야가 서로 헐뜯는 모습에 대해서도 비난여론이 높았다.“한보사태를 청문하라고 했지 누가 자기당 PR하고 남의 당이나 헐뜯는 청문회 하라고 했느냐”는 것이

다.

의원들의 유사.중복질문도 도마위에 올랐다.앞에서 이미 제기된 똑같은 내용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묻는 바람에 신선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문회의 근본적인 진행방식 자체가 애초에 뭔가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미국 청문회는 국회의원들뿐 아니라 변호사.회계사등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주로 이들이 증인신문을 벌인다.애초에 도망갈 구멍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사전 준비기간도 충분한데다 일단 청문회가 시작되면 만족할 만한 해명이 되기 전에는 중단되지 않는다.

여야의 정치적 협상으로 얼기설기 특위를 구성하고 적당히 얼버무리다 끝내버리는 우리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적 의혹과 불신만 증폭시키는 현행 청문회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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