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880~1450 … 유망 업종 전망은‘극과 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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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말 1890선이던 코스피지수가 26일엔 1110선으로 주저앉았다. 올 들어 41%의 하락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반짝 반등하자 연내 2300까지 갈 거라고 전망한 증권사도 있었다. 주요 증권사의 내년 지수 전망이 한결 조심스러워진 이유다.

중앙일보가 2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코스피지수의 2009년 예상 등락 범위를 설문 조사해 평균을 냈더니 882(저점)~1452(고점)가 나왔다. 1년간 지수가 이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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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 전망, 아무도 몰라=증권사들이 꼽는 유망 업종은 보통 한쪽으로 쏠리는 법이다. 분석 시점의 시장 주도주나 경기 흐름을 보면 대개 비슷한 결론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완전히 제각각이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최악의 시기를 넘긴 금융 업종의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추가 구조조정으로 금융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내년에 가장 부진할 업종으로 꼽았다.

교보증권 김승익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경기가 차츰 나아질 것”이라며 정보기술(IT)을 유망주로 골랐다. 하지만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침체로 IT 관련 투자·소비가 크게 줄 것”이라며 부진 명단에 올렸다.

철강·석유화학 등 소재 산업에 대한 전망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응답자 다수가 “적어도 최악의 성적은 안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 업종은 경기를 덜 타는 통신·제약·음식료뿐이었다. 국내외 경제가 혼란을 거듭하면서 어떤 업종이 오르고 떨어질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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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증시 변수는=주가가 내년에 제법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가 어김없이 들고 나온 논리는 ‘유동성 랠리’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엄청나게 풀어댄 돈이 증시에 들어올 것이란 견해다. 미국 정부가 ‘제로 금리’를 선언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는 것도 주식시장엔 호재다. 은행에 예금하거나 국채를 사봤자 별로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성 랠리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신용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실업률과 기업 부실 위험이 높아져 증시에 돈이 들어오기 어려울 거란 주장이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가 얼마나 빨리 풀리느냐도 내년 주가를 좌우할 요소다. 확 나빠진 경기가 계속 바닥을 기면 주가도 약세를 면키 어렵다. 설령 그간 풀린 돈의 힘으로 반짝 오르더라도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분석팀장은 “정부 부양책의 효과로 내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나아지겠지만, 각종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2010년부터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주택가격 추이와 중국 경제성장률이 주요 변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국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에 따라 주가가 달라진다는 견해도 많았다. 다만 환율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원화 가치가 점점 안정되면서 올해처럼 환율이 주가를 흔드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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