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철강 여기서 공매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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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포철에서 파견된 한보철강의 위탁경영진이 당진제철소를 실사(實査)한 결과 실제투자비중 1조5천억~2조원의 행방이 분명치 않다고 보고했다.이는 결국 당초 제기된 의문을 확인해준 셈이다.온나라가 몇달째 한보사태에 대해 사법차원의 비리문

제에만 관심을 쏟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당진제철소와 관련은행에 관한 경제적 해결책은 별 무관심들이다.

공장을 완공하기 위해 1조6천억원이 더 소요된다는데 이미 만신창이상태의 주거래은행이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또한 더 이상 돈을 투자해 완공할 필요가 있는지도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이 판단을 위해선 위탁경영진이 내놓은 실사

보고서가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되는데 공장의 시장가치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긴요하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당진제철소의 시장가치에 대한 객관적 자료만 공표되면 제철소의 처리문제는 예상외로 쉽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가장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고 공평한 방법이 공개경쟁입찰에 부치는 것이다.

매각규모가 너무 커 재벌밖에 인수할 기업이 없다는 걱정도 나올 수 있다.그렇다고 특혜시비를 걱정해 포철에 계속 경영을 맡기면 포철까지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특혜시비는 시장가격보다 저렴하게 매각하거나 불필요한 정부지원이 있을

때 빚어지는 것이지 제값을 다 치고 사는 것에 시비할 수는 없다.매각규모가 문제라면 입찰자격을 외국기업에까지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우리 재벌기업규모가 크다지만 외국의 유수 대기업에 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결정은 기본적으로 제한된 방법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다.한보철강을 가장 비용이 덜 들게 해결하려면 이미 저질러진 비효율을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여기서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추가대출을 강요하는

것은 은행에 파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여러 대안에 대한 비용와 편익을 모두 검토한 뒤 처리방안을 결정해야겠지만 그나마 차선책은 공개경쟁입찰에 부치는 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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