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돋는 20대 '악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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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들의 눈을 실명케 한 20대 패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눈을 찔러 실명시키거나 집에 불을 내는 수법으로 남편과 어머니.오빠 등 가족들을 다치게 해 5억88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존속중상해 등) 전직 보험설계사 엄모(29.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엄씨가 2000년 초 세 살 난 딸이 사고로 사망하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며, 마약 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얻은 지식을 악용,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엄씨는 2000년 5월 당시 남편 이모(26)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사무용 핀으로 오른쪽 눈을 찔러 시력을 잃게 했다. 이어 2002년 2월 이씨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 배를 흉기로 찔렀으며, 이씨는 그 후 치료를 받다 숨졌다.

엄씨는 경찰과 보험회사에 "남편이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어 술을 먹고 자해했다"고 신고한 뒤 사망 보상금 등으로 2억8000여만원을 타냈다.

그는 2002년 말 재혼한 남편 임모(31)씨에게도 수면제를 먹이고 정신을 잃게 한 뒤 실명시켜 3900만원을 타냈으며, 임씨 역시 치료 도중 합병증으로 다음해 1월 숨졌다. 엄씨는 2003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어머니 김모(55)씨와 자신의 오빠(31)의 두 눈을 실명케 했다. 그의 엽기적인 범행 행각은 6억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받은 뒤에도 계속됐다.

마약 구입비 등으로 돈을 탕진한 엄씨는 지난 1월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을 몰래 판 뒤 집에 불을 질러 실명한 오빠와 남동생(27)에게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지난 2월에도 자신이 거주하던 강모(46.여)씨 집에 불을 질러 강씨의 남편(51)을 숨지게 하는 등 가족 3명을 다치게 했다.

경찰은 엄씨가 딸이 죽은 뒤 우울증과 마약 금단증상에 시달리다 엽기적 범행을 연쇄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엄씨에 대해 정신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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