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매니저>뚝심있는 구조개편으로 흑자전환 에어프랑스 블랑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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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럽연합(EU)의 역내 항공시장 완전개방에 대응,1일 국내선 전담 자회사인 에어앙테르를 합병한 에어프랑스 항공의 크리스티앙 블랑 회장은 소신파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93년10월 강성으로 알려진 그의 취임에 항의해 노조가 총파업하자 그는 노조를 무시하고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했다.반대표가 더 많다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겠지만 찬성쪽으로 결정되면 자신이 마련한'경영혁

신안'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투표 결과 종업원들은 80%가 넘는 찬성률로 그를 지지했고 그후 3년여동안 그는 회사 경쟁력 제고를 위해 피비린내 나는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했다.

조종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임금을 무기한 동결하고 5천여명의 종업원을 정리하는 한편 순환보직제를 도입,사무직 종업원을 생산직으로 전배했다.그 결과 지난 3년간 매년 비용을 20% 이상씩 줄이고 1인당 생산성을 30%씩 높여나가 9

3년 80억프랑에 이르렀던 적자규모가 지난해에는 흑자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때 경쟁사인 브리티시 에어라인의 3배가 넘었던 조종사 연봉도 국제수준으로 내려와 실적호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지난달 블랑 회장은 결산일을 앞두고“지난 3년간 나를 믿고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준 임직원들에게 감사한다.3년뒤 우리의 목표는 유럽 1위,세계 10위 항공사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또다시'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의 델타.콘티넨털 항공과 합작노선 운영을 계약하고 취약한 아시아 지역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안에 한국등 아시아 노선을 보강할 계획이다.보잉과 에어버스로부터 2000년까지의 최신형 항공기 구입계약도 추진중이다.그

러나 블랑 회장이 목표달성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무엇보다 합병에 따른 임금하락을 우려한 에어앙테르 조종사들의 파업 해결이 현안이다.

이에 따라 에어앙테르 합병을 놓고 블랑 회장이 3년여전에 썼던 방법대로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실시할지에 프랑스 항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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