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포커스>정책개혁 일깨운 실업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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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국기업의 투자나 기업간 합병문제를 다루는 서구 언론들 기사에서 여간해 빠지지 않는 대목이 하나 있다.바로 고용에 관한 것이다.아예 제목이 일자리 수로 뽑히는 경우도 흔하다.예컨대 '새 공장 1천7백개 일자리 창출'이라든가'합병으로 2천명 실직'하는 식이다.

최근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벨기에 공장 폐쇄 문제가 양국 정부간 갈등으로까지 번진 것도 이것이 고용문제와 직결된 까닭이다.르노는 누적적자를 내세우지만 3천1백명의 근로자들이 거리로 나앉아야 할 벨기에쪽 처지는 더 절박한 상황이다.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유럽의 정상들이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골몰하는 것도 다 일자리를 겨냥한 것이다.실업자가 느는 상황에선 어느 정권도 두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미 각국에서는 가장 예민한 경제지표로 꼽혀온 실업률 통계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홀대받아왔다.60년대 이후 성장가도를 달려온 덕분에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원이 된 요즘 그동안 경시했던 실업통계가 피부에 와 박히고 있다.

올들어 두달동안 하루 3천명씩 실업자가 늘었다는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고도성장의 소멸'이라는 차원에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이처럼 일자리에 더욱 연연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유쾌한 일이 못된다.

어쨌든 이같은 현실은 향후 정책방향이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행정지도를 통한 물가통제나 목표성장률 개념에 집착하기보다 첨단업종 개발이나 확대재생산.외자유치등을 통한 고용창출 방안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심상복 기자 <국제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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