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힘있는 2번타자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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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프로야구에서 2번타자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작은 체구에 빠른 발,재치있는 번트능력을 갖춘 고전적인 의미의 2번타자에서 힘과 정확성을 갖춘 '3번타자에 뒤질 것 없는'힘있는 타자들이 2번으로 나서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3번타자로 기용되던 박정태가 시범경기에선 주로 롯데의 2번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롯데는 김응국-임수혁-마해영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에 앞서 또 한명의 3번타자를 보유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 됐다.

해태로 이적한 최훈재도 올해 2번으로 고정되며 달라진 2번타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번트를 잘 대야 한다든가,재치있게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는 땅볼 타구를 잘 쳐야 하는 교과서적인 2번타자들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다.

특히 박은 지난해 2개의 번트를 성공시켰을 뿐이다.현대 2번타자인 윤덕규도 두선수와 같고 중거리포로 알려진 신인 이병규를 2번타자로 쓰려는 LG도 같은 생각이다.고전적인 의미의 2번타자는 OB의 정수근과 쌍방울의 김실 정도를 꼽을

수 있다.그러나 OB도 정수근에 앞서 188㎝,90㎏의 거구인 장원진이 2번을 맡았다.

이같은 변화는 프로야구가 아기자기한 작전위주에서 호쾌한 힘의 야구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

전문가들은 힘의 뒷받침없이 야구센스만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음을 말해준다며 2번타자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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