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서 은퇴, 은퇴 하면 오기 생겨…마흔 살까지 2할8푼은 자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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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바람의 아들’ 이종범(38·KIA·사진)이 내년에도 그라운드를 누빈다.

1993년 프로에 데뷔한 뒤 16년째를 맞도록 현역으로 뛰는 것이다. 프로야구 KIA구단 측은 이종범에게 “이제 그만 명예롭게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을 가라”고 권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구단의 은퇴 압박을 정면 돌파하며 오히려 ‘향후 은퇴 결정은 선수의 몫’이라는 약속까지 이끌어냈다.

이종범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군에 내려가는 수모도 겪었고, 타율도 0.174에 그쳤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친다던 ‘야구 천재’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은퇴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종범은 “아직 3할을 칠 수 있다”며 은퇴를 거부했다. 올해 연봉은 지난해보다 3억원이 깎인 2억원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종범은 올 시즌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 결과 올 시즌 110경기에서 타율 0.284에 1홈런·도루 9개를 기록했다. 예전과 같은 최고의 활약은 아니었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원하는 KIA구단은 올해도 이종범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은퇴할 경우 코치 연수를 보내주겠다는 당근도 내걸었다. 그래도 뛰고 싶다면 선수와 코치를 병행하는 플레잉 코치로 뛰는 건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이종범은 구단의 모든 제안을 거부했다. “아직 뛸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봉 등 재계약에 관한 모든 사항을 구단에 위임한 끝에 선수로 남기로 했다. 연봉이 더욱 줄어들 수도 있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그는 그라운드를 누비기 위해 모든 조건을 받아들였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던 타자 1호, 한 시대를 풍미한 ‘바람의 아들’이 이런 굴욕을 감내하면서도 선수로 뛰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

“주변에서 은퇴, 은퇴 하면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나는 야구에 모든 걸 다 걸었다. 경기 때마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진다는 각오로 뛴다. 최소한 마흔 살까지 타율 2할8푼 정도는 자신 있다.”

이종범은 그러나 “추하게 야구를 계속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에 3할을 친다면 그 다음 해에도 뛸 수 있을 것이다. 억대 연봉을 주는 플레잉코치 제안도 거절했다. 그러나 선수로서 스스로 정한 최소한의 기준(타율 0.280, 20도루, 10홈런)을 이루지 못하면 시즌 도중에도 옷을 벗을 각오가 돼 있다.”

올 시즌 성적만 보면 홈런과 도루는 부족하지만 타율은 스스로 정한 기준을 넘었다. 더구나 수비와 주루 플레이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그다. 헌신적인 팀플레이 역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한편 이종범과 1970년생 동갑내기인 안경현(전 두산)은 내년엔 SK 유니폼을 입고 뛴다. 반면 지난해 LG에서 방출돼 올 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마해영(38)은 내년엔 해설자로 그라운드에 나선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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