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달러 9백원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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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적자 축소를 당면과제로 내건 강경식(姜慶植)경제팀에 올 1,2월의 국제수지 성적표는 매우 위협적인 도전장을 내고 있다.물론 예상못한 바는 아니지만 두달동안의 경상적자가 55억달러를 넘어섰고,작금의 달러환율은 1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1달러 9백원 시대에 이르렀다.이대로 가면 올 국제수지 적자는 지난해의 2백37억달러 기록을 깨고,환율은 1달러 1천원선까지 갈 것같은 추측이 든다.거기다 외채는 늘고 그에 따른 상환부담금은 커지는데 이를

메울 외환보유고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성적표로는 물가안정도,국제수지 적자 축소의 목표도 다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우리는 멕시코와 다르다는 다짐도 언젠가는 허언(虛言)이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우선 환율이 올라가는데도(원화가치 절하) 그것의 긍정적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물론 수입증가세가 둔화되고 부분적으로 해외경비 지출이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으나 그것은 그야말로 소폭의 움직임에 불과하고,본격적인

원화가치 절하의 긍정적 효과는 수출확대로 나타나야 한다.그러나 전자.자동차.선박 등 주력 수출상품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13%정도 줄고 있다.이것은 원화의 대(對)달러가치 절하속도 못지않게 엔화의 대 달러가치 절하가 급속하기

때문이다.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력상품이 가격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당분간 엔저(低)가 지속되는한 1달러 9백원 시대는 수출회복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결국 1달러 9백원 또는 1천원 시대의 도래(到來)는 우리로 하여금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적자 축소라는 두가지 경제목표와 상충(相衝)이 아닌 조화의 관계를 도출시켜야 할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가령 수입가격이 높아져 획기적으로 수입이

준다면 그 대가로 수입가격 상승에 의한 물가불안은 감내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치자.그러나 수입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출경쟁력의 잠식은 어떻게 대응해야 좋다는 말인가.경제회복은 경제주체의 자신감 회복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상기할

때 정부의 설명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빨리 그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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