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패 → “경기당 600만원이 아깝다” → 5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프로농구 삼성 안준호 감독은 지난 10일 팀이 6연패에 빠지자 고액 연봉 선수인 이규섭(3억6000만원)과 강혁(3억1000만원)을 불러 세운 뒤 이렇게 따져 물었다.

안 감독은 두 선수의 연봉을 일당으로 계산하면 100만원에 가깝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규섭의 연봉을 일당으로 따져보면 98만6000원, 강혁은 84만9000원인 셈. 경기당으로 계산하면 각각 660만원과 57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안 감독은 또 “경제한파로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막노동판에는 일당 5만원짜리 일감도 없어 허탕치는 사람들이 허다한데 하루에 2시간 운동하고 매일 100만원씩 받아가는 선수들이 대충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질책했다. “이렇게 한다면 본인도 어렵고, 팀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도 했다.

안 감독의 질책을 받은 이후 이규섭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6연패를 하는 동안 평균 8.3득점에 그쳤던 이규섭은 이후 5경기에서 평균 17.6득점을 기록했다.

세 차례나 20점 이상을 넣었고, 득점이 10점 미만인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그 경기는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 이규섭은 평소보다 적게 뛰었던 탓이다. 리바운드와 스틸 기록도 부쩍 좋아졌다.

주장인 강혁은 득점은 비슷하지만 리바운드가 평균 0.8개에서 3.4개로 4배나 늘었다. 하루 일당을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뛰었던 덕분인지 어시스트와 스틸도 늘어났다. 두 선수가 열심히 뛰면서 6연패에 빠졌던 삼성은 파죽의 5연승을 했다.

안 감독은 “스포츠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는데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말했다.

삼성을 도운 것은 선수 일당 계산뿐이 아니었다. 과거에 삼성에서 뛰었던 서장훈도 음덕(?)을 베풀었다. 서장훈 파동으로 언론의 이목이 KCC로 집중되면서 삼성의 6연패는 조용히 넘어갔다.

안준호 감독은 “평소 같은 상황이었다면 무척 욕을 먹고 그 여파로 연패가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었는데 서장훈 덕분에 넘어갔다. 결과적으로 서장훈이 고맙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