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 탄 신 이라나 “13세 때 정체성 고민 … 한글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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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중앙아시아 성균 한글 백일장이 끝난 뒤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동상 신 이라나(21), 금상아이다로바 아이게림(21), 은상 한 율리아(21).

 동상을 차지한 신 이라나(21)는 고려인 3세대다. 신씨를 비롯해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약 10만여 명. 그는 “한국 문화를 공부하고 싶어 한국말을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왜 한국어를 배우나.

“나는 고려인 3세대다. 할아버지는 1937년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2년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이름은 신 이일야(52)다. 가족들은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카자흐인들과 피부색이 달라 13세 무렵에 고려인으로서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어를 접했다.”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해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모두가 고려인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100여 개 민족이 모인 카자흐에서도 카자흐어를 강요하는 등 민족 차별이 있다. 대부분의 고려인은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계획은 뭔가.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지만 포기하고 있었다. 이번에 장학금을 받게 됐으니 성균관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 기업에서 동시통역사로 일하고 싶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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