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친환경 드림팀’ 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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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차기 행정부의 환경팀이 기후변화 문제의 최고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과학기술보좌관에 존 홀드런 하버드대 교수, 국립해양대기청(NOAA) 청장에 제인 루브첸코 오리건주립대 교수를 내정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둘 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 위기에 미국 정부가 강력히 대응할 것을 촉구해 온 석학들이다.

홀드런 교수는 1년 전 하버드대 연설에서 “지구온난화로 이미 광범위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는) 결코 우리 자식·손자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홀드런 교수가 맡게 된 과학기술보좌관은 40명의 박사급 인력을 진두지휘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입안을 총괄하는 자리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장도 겸한다. 루브첸코 교수는 오염,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 문제를 연구하며 “조지 W 부시 정부가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 인선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과학자 밥 왓슨은 “세계적인 학자들로 구성된 경이적인 팀”이라고 평했다. 부시 행정부 환경정책 책임자로 일했던 윌리엄 레일리조차 “오랫동안 기후변화 문제를 지적해 온 이들이 지명돼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을 정도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21일 ‘오바마, 녹색 혁명을 시작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오마바 당선인이 정치·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과학적 사실들을 왜곡하거나 무시해 온 부시 행정부와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고 높게 평가했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부시 행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등에 반대해 온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환경팀 명단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과학을 정책 우선순위의 가장 윗자리에 올려놓을 때가 왔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정권 환경팀이 지구온난화 문제 전문가들로 구성됨에 따라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교토의정서는 2012년으로 끝나지만,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 감축하자는 제안을 해 놓은 상태다. 만약 미국 이 대규모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할 경우 그간 감축을 유예 받아 온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가들에 대한 압박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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