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어떻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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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강남권의 투기지역 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그동안의 규제 완화에도 주택시장이 계속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는 갈수록 줄고, 미분양 아파트 문제는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용적률과 같은 재건축 부문의 핵심 규제를 풀기로 한 11·3 대책 이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3.03% 떨어졌다. 강남권 낙폭은 더 크다. 강남구가 5.1% 내렸고, 서초(-4.1%)·송파구(-5.1%)도 크게 하락했다.

이는 평균치이고 구체적인 매물을 통해 시장에서 체감되는 하락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06년 하반기에 비해 30~40% 떨어진 아파트가 적지 않다. 속칭 ‘반토막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는 2006년 말 10억25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7억5000만원 선이다. 잠실 주공 5단지 112㎡는 2006년 12월 13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엔 7억9000만원에 팔렸다. 2년 새 42% 떨어진 것이다. 잠실 주공 5단지 119㎡는 2006년 12월께 16억5000만원으로 치솟았으나 최근 9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최고점 대비 7억5000만원(43%)가량 빠졌다.

2006년 판교 아파트단지가 분양될 때 ‘후광 효과’로 집값이 크게 올랐던 분당신도시에서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분당 이매동 아름건영 162㎡는 최근 6억7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이 아파트값은 2006년 말 최고가(13억원)에 비해 48% 내렸다. 올 상반기까지 집값 상승세를 이어왔던 강북 지역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10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거래량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1만9859건으로 올해 최고 기록이던 3월의 4만6629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서울에선 올 4월 7870건에서 지난달 687건으로 감소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선 11월 한 달 동안 아파트 133채가 거래됐을 뿐이다.

분양시장에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청약률 제로’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에서 청약을 접수한 388개 단지 중 25%가량인 98곳이 단 한 명의 청약자도 받지 못했다. 서울에서도 분양 단지 74곳 중 3곳에서 청약 신청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약률이 저조하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쌓여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미분양 주택은 전국적으로 15만 가구가 넘는다.

지난달 초 전매제한 완화로 5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수도권 분양시장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은평뉴타운에선 일부 대형 아파트가 분양가 수준으로 나오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용인에서는 몇몇 계약자가 분양권을 팔기 위해 매수자 취득·등록세를 부담해 준다는 조건까지 내걸고 있지만 계약이 쉽지 않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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