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제2금융권, 유망수출업체 '교하산업' 부도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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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은행창구가 얼어붙은 가운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제2금융권 회사들이 힘을 합쳐 부도위기에 몰린 '유망 기업'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20일 오전 서울 북창동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종금.할부금융사등 25개 제2금융권 관계자들이 모였다.지난 18일 1차 부도가 난 교하산업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교하산업(대표 李榮燮.사진)은 텐트등을 만드는 비닐인 타포린 생산업체.지난해 매출액이 1천억원(순이익 10억원)에 달하며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해온 기업이다.타포린 분야에서 국내 최대며 세계시장 점유율도 37%에 육박해 유망 중소기업으로 꼽혀왔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해 하반기 경쟁사인 H사가 부도나면서 폭주하는 주문을 소화해내기 위해 시설을 늘렸고,이 과정에도 자금차입도 함께 늘었다.

현재 금융권 부채는 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권 1백80억원을 포함해 총 5백60억원.

김병문(金秉文)사장은“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원자재를 현금으로 구입하고 중국등에 공장을 증설하면서 자금이 들어갈 곳이 많아졌다”며“받을 수출대금이 많기 때문에 당장의 위기만 넘기면 회사는 살 수 있다”며 설득작전을 폈다.

이달중 당장 필요한 돈은 25억원.거래은행마다 지원을 부탁했지만 한보와 삼미부도로 몸사리기에 바쁜 은행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제2금융권에 지원을 부탁하게 된 것.

금융기관들도 이 회사가 연간 1천8백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일시적인 자금난만 넘기면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원을 결정했다.

이들은 마라톤회의 끝에 각사가 1억원씩 갹출해'유망 기업을 살리기로'의견을 모았는데 평소 부도설만 돌아도 자금을 회수하는 제2금융권의 속성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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