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자리 정치후배가 선배 추월 - 신한국당 당직인선 분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1일 단행된 신한국당 중간당직자 인선에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당 총재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총재비서실장보다 이회창(李會昌)대표의 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선수(選數)가 한칸 높은 인사가 임명됐기 때문이다.

박범진(朴範珍)총재비서실장이 재선인데 비해 신임 하순봉(河舜鳳)대표비서실장은 3선이다.

게다가 그는 대변인,정책조정위원장을 거쳤고 바로 직전 수석부총무까지 지내 무게가 만만치 않다.

李대표쪽에선 일찌감치 河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점찍어 놨던 것으로 알려진다.총재비서실장보다 정치경력이 높은 대표비서실장,초선 전국구대표에 3선 실장은 아무래도'말'나오기 딱 좋은 모양새다.

그래서 사전에 河의원에게 양해를 구했고 金대통령에게도“정치경험이 별로 없으니 비서실장이라도 경험이 풍부한 의원을 썼으면 한다”고 요청했다고 한다.이에 대해 金대통령은“관계없다”며 흔쾌히'OK'를 했다는게 李대표측의 말이다.

박관용(朴寬用)사무총장도 인선발표가 끝난뒤“대표 비서실장과 관련해 시선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며 여론에 신경썼음을 인정했다.朴총장은“대통령과 河의원 모두 흔쾌히 승낙했다”며 단순히 실무적인 고려에서 인선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河실장의 등장은 당내 경선이라는 중요한 산을 넘어야할 李대표에게 큰 힘이 될게 분명하다.경남 진주인 河실장의 지역구,4.11총선이후 수석부총무를 하며 평의원들과 다진 인간관계,당대변인을 통해 얻은 대외적 지명도등을 고려해볼 때 그렇다.

이번 당직자 인선에선 또 박종웅(朴鍾雄)기조위원장과 김영일(金榮馹).나오연(羅午淵).함종한(咸鍾漢)제1.2.3정조위원장이 모두 재선 또는 3선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당 강화 포석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