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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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의경들이 용태가 뛰어든 골목으로 들어섰다.도로변의 길거리와는 달리 그 골목은 행인들이 뜸한 편이었다.골목 오른편으로 펼쳐진 신축공사장에는 4층 정도의 건물이 골격을 갖추어가고 있었다.인부 몇 명이 건물 꼭대기에서 안전망을 치고 있

을 뿐 다른 작업들은 하루분이 이미 끝났는지 한산하였다.

용태는 신축 건물 지하실 계단으로 달려 내려갔다.아직 마무리가 안 되어 있어 시멘트 계단이 거칠기 그지없었다.그 계단을 다 내려가면 용태는 지하실에 갇히는 꼴이 되었다.의경들은 이제 이놈을 잡았다 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곤봉을

꼬나들고 계단을 세 계단씩 건너뛰며 내려왔다.계단을 다 내려올 즈음,의경들은 이미 대기하고 있던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의 발에 걸려 컴컴한 지하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아직 주유소에서 퇴근을 하지 않은 길세를 제외한 다섯 명의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의경들의 곤봉을 빼앗고 그들을 둘러싸서 발길질을 해대며 잭 나이프로 위협을 하자,의경들은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해 보고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다.

“야,너희들 옷을 벗어! 빨리 벗으란 말이야!”

“가진 돈도 없는데.”

의경들이 무릎을 꿇은 채 코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어둠 속에 서 있는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을 둘러보며 머뭇거렸다.

“그러니까 옷만 벗어.우린 돈 같은 거 빼앗지는 않아.”

“이 옷은 근무복인데,이거 잃어버리면 우리 뼈도 못 추려.”

“뼈를 추리건 못 추리건 그건 너희들 사정이고,우린 바로 그 옷이 필요하단 말이야.후딱 못 벗어?”

잭 나이프를 손에 든 용태가 의경의 옆구리를 세차게 걷어찼다.의경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할 수 없다는 듯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의경복을 벗자 러닝과 팬티 차림이 되었다.의경복을 받아든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은 주머니 안에 든 소

지품들을 점검하고 나서 의경 신분증만 챙겨서 압수하고 만원짜리 지폐 몇장과 현금카드 같은 것은 도로 돌려주었다.

“이 친구들 아예 발가벗겨 놓을까?”

“그냥 둘을 합해서 묶어놓지 뭐.고함을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봉하고.”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은 의경들을 서로 등을 대고 꿇어앉도록 하고는 준비해온 끈으로 둘을 한꺼번에 둘둘 말아 묶어버렸다.

그리고는 넓적한 초록 테이프로 그 입들을 덮어버렸다.

“이쯤 해놓으면 오늘밤은 여기서 새워야 될 걸.우린 할 일이 있어 이만 실례.”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배낭식 가방에 의경복을 집어넣고 유유히 지하 계단을 올라와 골목을 빠져나왔다.골목 입구에 어스름을 머금은 푸르스름한 이내가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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