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채택료 비리와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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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교사들이 제자를 상대로'장사'를 하다 들통났고 학부모들은'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광주지검은 18일 고교 교사에게 특정 참고서를 부교재로 채택해준 대가로 금품을 건넨 교재 판매업자 6명을 구속,해묵은 소문이었던'채택료'의 실체를 확인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광주시내 20여개 고교의 교사 50여명이 이들 판매업자가 제공한 금품을 받은 것을 밝혀내 참고서를 둘러싼 교육계의 비리가 널리 퍼져있음을 보여주었다.

참고서 판매업자들이 교사들에게 건넨 돈의 규모가 한해에 10억원대로 추정된다는 검찰의 발표도 놀랍지만 교사와 판매업자의 조직적인 거래 방법은 더욱 충격적이다.

교사들은 정해진 규칙대로 돈을 받았다.한 교사가 과목을 담당하는 학생수에 참고서 값의 20%를 곱한 뒤 다시 여기에 0.8을 곱한다.'0.8'이란 숫자는 대략 80%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참고서를 산다고 보기 때문.

10개 학급 5백명의 학생을 맡고 있는 한 교사가 7천원짜리 참고서 한권을 수업시간에 사용하면 공식에 따라 56만원이 교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이번에 적발된 교사는 대부분 고교 3학년 담당.고3의 경우 수능시험 대비 보충수업등으로 과목당 한해에 많게는 5,6권의 참고서와 문제집을 사게된다.결국 교사 한명당 한해에 2백만~3백만원의 '검은 수입'을 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관련 교사를 교육청에 넘겨 징계처분을 받도록 할 방침이지만 이들이 학생과 학부모에 남긴 상처는 쉽게 아물기 힘들 것같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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