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물려주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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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캠페인이 학교현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번지기 시작한 교복 물려 주기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운동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 노원구의 교복 물려주기 캠페인 결산보고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802벌)보다 16%가 증가한 총 935벌의 교복이 재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새 교복값으로 환산하면 약 1억
5800만원에 해당한다. 최근의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절약과 아나바다 운동 확산에 힘입은 것으로 노원지역 총 12개 학교가 참여했다. 일반고교 보다는 전문계 특성화고교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았고, 하복보다는 값비싼 동복이 더 많이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원구는 참여 학교 중 7개의 우수학교를 선정해 총 3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했다.

최우수 학교로는 경기기계공업고와 중원중이 선정됐으며, 각각 600만원씩의 상금이 수여됐다. 경기기계공고는 학교 예산으로 세탁과 수선을 한 후 비닐커버를 씌워 사이즈별로별도의 전용공간에 보관했다. 뿐만 아니라 연중 아무 때나 필요한 학생에게 무료로 지급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 또 중원중은 별도의 교복 물려주기 관련 행사를 열어 학생들의 참여 분위기를 고조시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경기기계공고 이재근(48) 교감은 “우리 학교에는 일반고에 비해 경제사정이 열악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뭔가 고민끝에 3년 전부터 교복 물려주기 캠페인을 벌여 왔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은 졸업을 상징한다며 졸업식장에서 교복을 찢어버리거나 심한 경우 불태우기까지 한다.

하지만 어차피 버릴 물건이라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에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이 학교에서 올해에만 120벌 정도가 걷혔다. 아울러 교복 깨끗하게 입기 캠페인도 함께 벌이고 있다.
이 학교 환경교육부 이재만(52) 부장은 “다른 학교와 달리 걷힌 교복은 필요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그 대신 학교 내 봉사활동 시간을 의무적으로 부과해 사회봉사 교육을 함께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연중 아무 때나 자신의 교복과 물려받을 교복을 교환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이 입던 옷이라는 생각보다는 학교의 전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옷을 바꿔 입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얘기다. 3학년 박충만 군은 “2학년 때 교복을 잃어버리고 가정형편상 다시 옷을 사기가 어려워 발만 동동 굴렀는데 선생님 소개로 물려받은 교복을 입었다”면서 “학교에서 잘 수선해서 그런지 새 옷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자신도 학교를 졸업하면 후배들을 위해 교복을 물려주고 싶다는 박군은 “나도 옷을 물려준 선배가 너무 고마웠는데 내 옷을 물려받을 후배도 아마 그럴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한편 각 학교에서는 물려받은 교복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수익금(세탁·수선비 등)을 모아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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