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항공기개발에 국가적 관심 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백인승 제트기 한.중 공동개발 사업은 94년 10월 한.중간 경제협력의 중요한 산업분야로 선정돼 양국 정부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 내용은“호혜평등,공동투자,공동위험부담,공동시장개발,한.중 양국이 본 개발사업을 주도한다”로 돼있었다.

그러나 95년 12월 중국은 이미 합의한 기본 원칙을 무시한채 중국내 최종조립장 설치등 중국이 사업을 독자적으로 주도해야 한다는 새로운 원칙을 우리 나라에 통보해 왔으며,한국은 10%의 소수지분으로만 참여가 가능함을 공식적으로 주

장함에 따라 한.중 공동개발사업은 결렬되고 말았다.

중국의 결정적 태도 변화는 두 나라의 현격한 기술차에서 기인됐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옛소련 전투기를 모방한 것이기는 하나 수천대의 전투기를 독자개발해 왔으며 최근에는 MD80의 제트 여객기도 조립함으로써 항공기개발 경험이 많은 반면,우리 나라는 최근에 프로펠러 훈련기를 개발한 경험밖에는 항공기 개발 경험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기술 수준차이가 있는데도 과연 중국이 우리 나라가 자본력이 조금 더 많다고 해서 항공기 최종조립장을 양보하고 호혜평등 원칙하에 공동개발하겠다고 하겠는가.국제공동 개발은 대등한 기술능력이 뒷받침돼야함을 보여준 산교육의 사례임

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97년부터 2005년까지 업무용항공기.지역간 단거리항공기,그리고 제트기를 합한 새로운 항공기의 세계 수요는 1만3천대며 금액면에서는 무려 3천5억달러다.

이외에 현재 운항중인 8천9백대의 항공기 가운데 상당수가 새로운 항공기로 대체돼야 하므로 막대한 세계 항공기 시장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엄청난 항공기 시장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우리 나라도 남의 일로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효율적인 육성 전략아래 항공기 개발기술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이미 개념설계를 끝낸 단계인 고등훈련기 사업을 조속히 국가적 사업으로 확정하고 개발을 서둘러야 하며 둘째,중형 항공기 개발사업을 중단없이 독자적으로 계속해 항공기 자체개발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같은 국가적 사업을 통해 개발기술이 축적되면 아시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항공기는 미국제나 유럽제가 아닌 아시아 국가간의 공동개발에 의한 항공기가 채택될 것이다.아태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우리 나라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간 항공기 공동개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하는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길 바라 마지 않는다.

노 오 현 <서울大교수.항공우주공학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