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보완방침 전격발표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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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융실명제 보완방침이 전격발표된 배경은 무엇일가.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17일의 청와대 보고 이후 일부 언론에서 마치 실명제 보완방침이 백지화된 것처럼 보도되고 이런 분위기가 증폭되는 조짐을 보이자“빨리 방향을 바로잡아야겠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는 것.

姜부총리는 당초 20일로 예정된 경제장관 합동기자회견때 금융실명제 보완 방향을 밝힐 예정으로 17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안을 보고했었다.그런데 보고 내용이'엉뚱한 방향'으로 전달되자 이날 오후 바깥에서 비서진에게 전

화를 걸어“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실명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긴급 지시.이에따라 실무진은 황급히 보도자료를 만드느라 비상이 걸렸다.

한 재경원 관계자는“부총리가 청와대에서 나온후'보고가 잘 끝났다'고 전화를 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대서특필되자 상당히 당혹해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金대통령은 姜부총리의 보고를 들은 후'가벼운 톤'으로“너무 앞서가지는 않도록 하라”는 정도의 당부를 했는데 이 말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증폭됐다는 것.한편 姜부총리는 지난 6일 취임 이후 무기명채권 발행이나 별단예금의 비실명

화를 포함한'가능한 모든 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실무진은 이 방침에 따라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정치권등의 요구에 대응해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姜부총리는 취임 2~3일후 세제실 국장급이상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 하거나 토요일 오후에 실무진을 불러모으는등의 과정을 통해 준비된'모든 안'에서 하나씩 지워나가는 수순으로 방향을 조율해 나갔다는 것.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과도 수차례에 걸쳐 공식.비공식 접촉을 갖고 보완 방향을 논의했다고 한다. 〈김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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