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허재 감독과 불화설 도는데 … “감기 탓” 서장훈 엔트리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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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주희정(左)이 KCC 마이카 브랜드의 수비를 피해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17일 서른두 번째 생일을 맞은 주희정은 이날 20득점으로 맹활약한 결과 팀 승리라는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다. KT&G는 KCC전 승리로 2연패 탈출에도 성공했다. [안양=뉴시스]

프로농구 KT&G-KCC전이 열린 17일 안양 실내체육관. 경기 전 제출된 KCC 엔트리에 센터 서장훈이 빠져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서장훈의 출장 시간은 최고 관심사였는데 아예 빠져버린 것이다. 허재 KCC 감독은 14일 모비스전에서 서장훈을 단 4분6초(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27분5초 출전)만 내보냈고 팀은 4연패에 빠졌다. 주변에서는 “허 감독과 서장훈 사이에 불화가 깊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최형길 KCC 단장은 이날 경기 직전 “서장훈이 어제 오후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고열에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허 감독도 “오늘 오전 서장훈이 ‘경기장에 갈까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가서 앉아 있으면 뭐하나. 숙소에서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엔트리에서 빠진 서장훈은 아예 경기장은커녕 안양에도 오지 않았던 것이다.

‘감기몸살’이라는 KCC 측의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서장훈의 결장에는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더구나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경기 출전을 강행하는 서장훈의 평소 스타일은 의심을 증폭시켰다.

허 감독은 자신과 서장훈의 불화설에 대해 “팀 성적이 안 나오니까 주변에서 말들이 많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불화설은 지난달부터 터져 나왔다. 서장훈은 개인통산 1만 득점을 기록한 후 기자회견에서 출장 시간이 줄어드는 데 대한 불만을 표시, ‘불화설’에 불을 지폈다. 신인 하승진이 입단한 이후 허 감독은 서장훈과 하승진을 번갈아 센터로 내보내고 있다. 여기에 ‘서장훈의 트레이드설’까지 나돌아 KCC 관계자들이 이를 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최근 KCC가 연패에 빠지자 “KCC 벤치 분위기가 수상하다. 허 감독과 서장훈이 완전히 틀어진 것 같다”는 추측이 줄을 이었다.

KCC 구단 측도 최근 서장훈의 의욕이 떨어진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허 감독은 “항상 두 자릿수 득점을 하던 서장훈이 최근 부진하면서 활기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형길 단장은 “의욕 강한 서장훈이 스타팅 멤버로 뛰지 못하자 상처를 많이 받은 것 같다. 베테랑이라 이해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KCC의 다음 경기는 19일 전자랜드전. 농구계의 관심은 이제 서장훈의 출장시간에서 그의 출전 여부와 표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안양=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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