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보석함>8. 밀밭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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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나아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겯고/시내 건너 재를 넘어 들과 산으로/산들산들 가을바람 시원하구나/랄라랄라 씩씩하게 발맞춰 가자.'

현행 초등학교 4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린 스코틀랜드 민요'들놀이'는'밀밭에서'(Comin' Through the Rye)가 원곡.

일본에서는 1888년 발행된'명치창가집'에'고향의 하늘'(故鄕の空)로 처음 소개됐고 오늘날도 이 노래로 불리고 있다.1906년에 발행된'고등소학창가'에는'가을 산'(秋の山)으로 수록됐다.모두가 좋아하는 가을이 왔으니 노래를 부르며

산을 오르자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1907년'위해위'(威海衛)라는 노래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가 이듬해 최남선이 가사를 붙여'경부철도가'로 불렸다.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소리에/남대문을 등지고 떠나 나가서/빨리 부는 바람에 형세 같으니/날개가진 새라도 못따르겠네.'30절이 넘는 긴 가사로 된'경부철도가'는 국내 최초의 7.5조 창가로 이 노래 이후 기존의 4.4조 창가는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 노래는 일본.한국에서 새로운 창가의 모델이 됐다.5음음계인데다 부점(附点)리듬으로 노래부르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 부점 리듬을 가리켜 일본에서는 뿅코부시,국내에서는 깡총 리듬으로 부른다.1916년 홍난파가 편찬한 '통속창가집'에는'월야'(月夜)로 수록됐다.'석양에 붉은 해는 서산에 지고/지저귀던 새들도 고요하도다/나뭇잎을 흔드는 잔잔한 바

람/오늘 저녁 저달을 노래하는듯.'

또 일제시대 독립군 사이에서는 '국치추념가'(國恥追念歌)로 불렸다.'경술년 추팔월(秋八月)이십구일/조국의 운명이 떠난 날이니/가슴을 치면서 통곡하여라/갈수록 종(從)설움 더욱 아프다.'

최근 발행된'세계애창곡집'에는 스코틀랜드 민요의 원래 가사가 충실하게 번역돼 실려 있는데 교과서에 싣기에는 다소'거북한'내용을 담고 있다.'밀밭에서 너와 내가 서로 만나면/키스를 한대도 누가 아나요/우리들이 밀밭에서 나온다 해도/

웃을라면 웃으라지 집으로 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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