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균열 방지 정책대결 부각 겨냥 - 이홍구 고문 왜 집단지도체체 제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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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홍구(李洪九.얼굴)고문이'통합적 집단지도체제'라는 새 화두(話頭)를 대선주자들에게 던졌다.집단지도체제로 당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이를 당내에서 제도화하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논리다.

李고문은 17일 이한동(李漢東)고문과의 오찬회동 직후“총재 1인이 좌우하는 식의 정당운영은 이젠 바람직하지 않다”며“역량과 경륜있는 지도자들의 힘을 모으는 통합적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李고

문은 이날 아침 이회창(李會昌)대표에게도 이같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그는“새 대표가 이같은 논의를 당내에서 시작하는게 좋을 것이며 새 대표의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이홍구고문의 집단지도체제론이 李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李고문 자신도“집단지도체제가 대표 임명의 불합리성과 연계시켜 하는 얘기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李고문의 한 핵심측근은“어차피 3金시대 이후로

는 권력의 분점이 필수적이며 당내의 이같은 정서를 李고문이 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李고문이 이같은 당 중진들의 공통분모를 하나로 묶는 거중조정 역할을 주도해 보겠다는 의미라는 얘기다.차기의 권력지분에 관심을 갖지만 또한편 차기정권

에의'소외'를 두려워하는 많은 대선주자들의 접합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李고문은 이날“차기정권에서는 더욱 당이 통합적 집단지도체제로 나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더욱이 집단지도체제는 경선을 앞둔 당내 역학구도가'이회창'대(對)'반 이회창'의 균열로 가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도 있다.

당이 안정을 이룬 뒤'당내 민주화'와'정책개발'쪽에 초점을 맞춰 야당과의 차별화를 이루자는게 李고문측의 배경설명이다.

물론 당내세력이 약한 李고문으로선 각 주자간'세몰이'보다 정책대결쪽의 우위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李고문은 18일 저녁 김윤환(金潤煥)고문,다음주중 이수성(李壽成)고문과도 잇따라 만나 집단지도체제의 당위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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